EXHIBITIONS

Memory of squa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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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백원선은 오랜 시간 동안 동양화에서 사용되어 온 지묵향(紙墨香)을 서양화 캔버스 위에 구현해 내며,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꾸준히 탐구해 왔습니다. 그는 평면 회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를 활용한 꼴라주 기법을 결합시킴으로써 회화와 오브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재료를 혼합하는 차원을 넘어, 종이와 색, 형태와 질감을 매개로 한 회화의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최근 집중적으로 시도해 온 실험적 작품들을 엄선하여 선보입니다. 종이상자를 캔버스 위에 붙이고, 그 안에 한지를 접어 넣거나 색을 입히는 과정은 단순한 조형적 장치가 아니라, ‘비어 있음과 채움’, ‘안과 밖’,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긴장과 균형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반복적 사각의 구조 속에서 색과 종이의 질감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본다는 것일까? 그리고 보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환기시키며, 회화가 지닌 존재론적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듭니다.


​백원선의 회화 세계는 일견 소박하고 담백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동양적 정신성과 서양적 조형 언어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깊은 사유의 흔적이 자리합니다. 캔버스 위에 덧입혀진 종이상자의 구조는 화면을 분절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며, 그 안에 접힌 한지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기억과 시간, 그리고 삶의 흔적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개인적 체험을 넘어, 관람자들에게도 자기 내면을 비추어 보는 거울과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갤러리 베누스에서 준비한 이번 「Memory of squares」 전시는 백원선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온 조형 실험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조우, 평면과 입체의 결합, 반복된 사각의 구조 속에 담긴 무한한 변주와 사유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관람객들에게 회화의 또 다른 차원을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