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n Matiere 재료의 미학
본문
이번 전시는 재료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예술적 사유와 감정의 언어로 확장해 온 두 작가의 조형 세계를 소개한다.
김미숙은 옻칠, 자개, 금박, 안료 등 동양적 재료의 물성과 시간성을 깊이 탐구해 왔다. 옻칠이 켜켜이 쌓인 표면은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품고 있으며, 자개의 반짝임은 덧없는 감정의 순간들을 빛으로 환원한다. 그녀의 인물들은 절제된 시선과 몸짓을 통해 화려한 장식성을 넘어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재료와 인물이 만나 한 사람의 서사를 담아내는 동시에, 관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되는 장을 만든다.
최주석의 「무릉도(Utopia)」 연작은 바다와 섬이 주는 치유적 풍경을 자개라는 재료를 통해 재해석한다. 자개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빛과 색이 달라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표정을 담아낸다. 그의 화면 속 북극곰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기후 위기와 생태적 공존을 환기하는 기호로 작동한다. 바다와 곰이 함께 머무는 무릉도는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평온과 치유에 대한 염원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Beauty of Matière〉展은 자개의 빛으로 유토피아적 풍경을 그려내는 최주석의 회화와, 옻칠과 자개를 감정의 언어로 전환한 김미숙의 인물 작업을 통해 “재료가 품은 시간과 진실”을 함께 사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화면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라, 재료 그 자체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재료의 미학은 곧 존재의 미학이며, 이는 예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