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은 Lim Jeong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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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cracker> 연작은 2017년부터 파티용 폭죽을 상징적인 매개체로 사용하여 진행해온 회화 작업이다. 표면이 반짝이며 서로를 반사하는 폭죽의 특성에 주목하여 작업하고 있지만 스테인리스 재질의 물성만을 재현하는 포토리얼리즘 작업과는 궤를 달리한다.
나는 화면 내부에서 관계하는 형태와 색의 연결에 관해 고찰하고 균형 있는 형상을 위해 반짝이는 리본(줄)을 사용한다. 이 리본들은 무작위로 뒤엉킨 후 다시 정돈되어 사진으로 찍고 일부분을 확대하여 디지털 작업을 거쳐 캔버스에 재현된다. 다양한 모양의 면과 경계선, 색이 접합하는 순간의 흥미로움을 우선으로 이미지를 선택하는데 이때 우연히 출현한 도상을 중요시 한다. 결국 가시적인 형태를 가진 오브제인 파티용 폭죽 끈을 사용하지만 끈의 형상만을 재현하지 않고, 엉켜진 끈들을 확대하고 보정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색면과 경계의 조형적 언어에 집중하여 연구 중에 있다.
또한 뒤엉킨 폭죽 끈들은 과실재적 소비사회 속에 인간의 자기 현존 방식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짝이는 폭죽의 표면은 서로의 색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데, 나는 끊임없이 서로 반사하는 표면의 물성이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혼동되는 하이퍼리얼한 세계와 시각적으로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꾸며진 빛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 폭죽의 모습은 주류와 비주류, 주체와 객체를 구분할 수 없게 하는데, 이것은 개성에는 개인이 없고 익명의 집단만이 존재하는 모순의 반복을 형상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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