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KIM Mi Suk
본문
재료는 언제나 제게 출발점이자 도착점이었습니다. 옻칠과 자개, 금박과 안료는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제가 살아온 시간을 함께 견뎌온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옻칠은 한 번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고, 다시 갈아내고 또 칠해야만 비로소 깊은 광택을 드러냅니다. 자개는 눈으로는 반짝임만 보이지만, 손끝으로 붙이고 연마하는 동안 수없이 부서지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모든 시간은 제 호흡이자 감정의 축적입니다.
저는 이 재료들이 가진 고유한 물성과 시간성을 단순히 시각적인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옻칠의 층층이 쌓인 표면은 마치 기억을 켜켜이 새긴 몸처럼 숨을 쉬고, 자개의 반짝임은 한순간 스쳐 지나간 감정이 다시 빛으로 환원되는 순간을 담습니다. 인물의 표정과 시선은 과장되지 않지만, 오히려 절제 속에서 더욱 강하게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The Beauty in Materials〉展은 이러한 믿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늘 묻습니다. “재료는 무엇을 말하는가?” 옻칠은 제게 기다림을 가르쳤고, 실패 속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자개는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감정의 다층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재료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진실을 드러내는 길이었습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이 지나온 시간과 감정의 풍경입니다. 몸짓 하나, 눈꺼풀의 그림자, 입술의 결 같은 사소한 흔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역사’를 말합니다. 그것이 제 작업에서 재료와 인물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저는 관객이 제 그림 앞에서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것을 넘어, 재료가 품은 시간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옻칠의 광택과 자개의 빛은 결국 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재료는 제게 “존재한다는 것”의 다른 이름입니다. 저는 그 존재의 결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합니다.
▶학력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5 ‘빛나는 상흔’ (전주 현대미술관)
2025 “불확실한 현실 완전한 감정’(학고재_아트센터)
2025 ‘여인의 향기’ (전주 기독교 근대역사 기념관)
2024 ‘THE RED LIPSTIK’ (코너갤러리_삼청동)
2024 ‘화양연화’(미듬갤러리_부산)
2024 ‘도원경’ (맨션나인_역삼)
▶단체전 및 아트페어
2025 ‘내면의 이면‘ (오매갤러리_삼청동)
2025 ‘新전람회의 그림展’인천시림교향악단 X ART collabo(아트센터 인천)
2024 ‘SYMPHONY OF PEACH BLOSSOM’ (포브갤러리_청담동)
2024 ‘한국미의 레이어‘ (아트조선스페이스_세종로)
2024 ‘Mother of Jewel’ (코너스퀘어_삼청동)
2024 아시아 미술협회 교류전(일본_사가현립미술관)
2024 ‘인물열전 6인전(갤러리에디션_워커힐호텔)
2023 ‘Memories(너머의 기억)’ 김미숙, 이재현 2인전(갤러리율)
2023 ‘Be Jeweled with time’ 채림, 김미숙 2인전(채율 갤러리_신사)
2023 GAZE 이승주, 김미숙 2인 展 (갤러리율-송도)
2022 Per:fume, 3인 展 (맨션나인_방배)
2022 MANSION9 LIV-ing ART : In Your Life ( 현대리바트 용산 )
▶수상
2019 나혜석 미술대전 우수상
▶소장
상해공예미술대학 / 한국부동산원 / 세종호텔 / 한국젬스 (메디컬 전문기업) / 인천 글로벌 캠퍼스 (IGC) 도서관 / 영국 Bank of London Group 관계자의 프라이빗 컬렉션
▶기타
『한국미의 레이어』_안현정 저서 중 1인.
『K-THE FINE ARTS』_다큐멘터리 포함 1인(제작/기획중)
『한국복지신문』_‘옻칠회화의 시작과 나’ 연재 중(총 24회 중 13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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